It's Amazing!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업계에서도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레전드 배우의 존재감,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의 마음, 때로는 관례적으로 굳어진 업계 용어 등이 그렇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어로는 '엄', 영어로는 'um..'으로 시작했지만, 읽고 나면 입을 떡 벌리게 되는 알찬 소식들로 준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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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1. '엄'메이징한 엄정화 배우
2. '엄'마가 낳고 팬이 기른다. 캐릭터 생일을 챙기는 팬덤
3.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계 일본식 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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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는 전국 팔도를 유랑하며 노래하고, 주말에는 1년 차 레지던트로 고군분투하는 삶은 어떨까요? 그 주인공은 바로 tvN 목요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과 JTBC 주말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활약하는 엔터테이너 엄정화입니다. 경력 30년을 넘긴 엄정화는 여전히 데뷔곡이 잘 어울리는 가수이자, 화제성과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는 배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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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겸 배우, 두 집 살림의 바른 예시
"무대를 오래 지키는 게 어렵다는 걸 몸소 느낀다." (가수 보아)
"무대에서는 배우인 걸 잊게 하고 연기를 할 때는 가수라는 걸 잊는다."(가수 산다라박)
"현장에 존재하는 자체로 행복감이 전파됐다. 출연 배우들 가운데 구심점이었다" (배우 박성웅)
최근에는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지만, 두 분야 모두 정상에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엄정화는 수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의 롤모델이자 언제나 N차 전성기를 맞이하는 레전드이기도 합니다.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엄정화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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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동자
3미터 길이의 드레스를 입고 노래하는 엄정화의 영상, 보신 적 있나요? 드레스의 길이는 당황스럽지만, 30년이 지나도 세련된 이 노래는 엄정화의 데뷔작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OST이자 가수로서의 길을 열어준 데뷔곡입니다. 故 신해철이 작사·작곡한 노래로, 당대 유행한 청순 컨셉과는 달리 엄정화만의 고유한 매력을 정립해 준 명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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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반의 장미
<댄스가수 유랑단> 멤버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첫 번째 곡. 당시 인기 작곡가 주영훈이 작곡한 3집 타이틀곡으로, 파격적인 섹시 컨셉과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엄정화는 이 곡을 통해 첫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수상했을 뿐 아니라, 방송 3사 가요대전, 서울가요대상 등 여러 가요제에서 상을 휩쓸며 최고 가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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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 크레딧
갑상선암이라는 아픔을 딛고 9년 만에 발표한 곡입니다. 1993년 데뷔 앨범부터 정규 10집까지 발매하며 가수의 길을 걸어온 엄정화만이 소화할 수 있는 노래로, 레트로 신스팝 장르에 더해진 가사의 진한 여운이 느껴지는 노래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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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결혼은 미친 짓이다>, <댄싱퀸>, <닥터 차정숙> 스틸 ⓒ 네이버 영화,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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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미친 짓이다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 이은 엄정화의 두 번째 영화. 개봉 당시에는 파격적인 수위로 화제가 됐지만, 결혼에 대한 두 남녀의 로맨스를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엄정화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새롭게 도약하게 됩니다.
💃 댄싱퀸
배우 엄정화의 코미디 연기의 포문을 열어준 영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남편(황정민 분) 몰래 댄스가수로 데뷔한 아내 정화를 연기하는 엄정화의 모습은 내내 댄싱퀸 가수였던 그녀의 삶과 대비되며 극의 재미를 더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합니다.
👩⚕️ 닥터 차정숙
엄정화는 비단 연예계에서만 롤모델이 아닙니다. 20년 전업주부의 삶을 버리고 레지던트 의사로서 삶에 도전하는 차정숙의 모습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기 쉬운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합니다. 단 2화만을 남겨둔 차정숙의 마지막은 이번 주말 밤 10시 30분 JTBC와 티빙, 넷플릭스에서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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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자, 작화가, 감독 등 크리에이터가 탄생시킨 캐릭터는 팬들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나는데요. 인기 캐릭터는 엄연히 생일이 있어 해마다 팬들의 황송한 축하를 받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0510 채치수 & 0522 정대만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속 인물 채치수와 정대만은 5월에 태어났습니다. 해당 인물의 생일이 이번 콘텐츠의 주요한 정보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22일 실시간 트위터에는 '정대만 생일'이 상위 순위를 장악하는 등 팬들의 축하가 이어졌는데요!
캐릭터에 생명감을 불어넣는 생일 축하 이벤트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향한 팬들의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NEW의 극장 브랜드인 씨네Q 신도림점은 ‘불꽃남자 정대만 생일 기념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씨네Q의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는 정미해 대리와 함께 생일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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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만의 생일 축하 이벤트를 열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작품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고관여 관객들에게 더 높은 만족감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봤던 아이돌 생일 광고판이 떠올랐습니다. 팬의 입장에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속 선수들이 ‘아이돌’ 일 것이란 생각에 생일기념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최근에 지인 조카의 돌 기념으로 떡 선물을 받았거든요.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서 생일 기념 떡을 돌렸는데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습니다.
🎉 실사 작품과 애니메이션을 위한 행사를 기획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다를 것 같아요.
실사 작품 오프라인 행사의 경우, 배우 방문 여부에 따라 이벤트 방향이나 준비 사항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반 행사에 비해 부대 시설 확보 등 제반 사항이 간소화돼 현장 응대 품이 적습니다. 대신 기획 단계에서 해외 원작사의 컨펌이나 감수 이슈가 까다로운 편이라 충분한 사전 준비 기간을 두고 유관 부서 담당자와 활발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 씨네Q가 준비 중인 관련 이벤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7월에는 송태섭 선수, 내년 1월에는 서태웅 선수의 생일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씨네Q에서만 즐길 수 있는 슬램덩크 이벤트를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오니 슬친자들의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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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일 파티를 즐긴 팬의 입장도 궁금해졌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찐팬으로 그룹 내에 알려진 엔진비주얼웨이브의 민소영 대리에게 캐릭터 생일 파티의 의의를 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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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속 인물의 생일 파티, 의미와 열광 포인트는?
2D 캐릭터의 생일 파티가 배우, 가수 등 실존인물의 생일 파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외려 화제가 되는 것 같아요. 생일 당사자가 직접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축하 방식은 놀랍게도 똑같아요. 한날한시에 팬들이 모여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는 것에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장감이 주는 ‘진짜 같다’는 느낌에 팬들은 열광합니다.
🎂 애니메이션 캐릭터 팬덤과 기존 아티스트 팬덤 간 차이점이 있나요?
전통적인 아티스트 팬덤은 2차, 3차 창작 영역에서 큰 효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콘텐츠 관람, 공식 굿즈 구매 외에도 팬들이 직접 다양한 형태의 파생 굿즈를 제작하는 등 적극적인 창작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최근 2D 캐릭터 팬덤의 성격도 아이돌 팬덤 문화를 흡수하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람 문화나 캐릭터 응원 문화는 아이돌 팬덤과 비슷한 흐름으로 개봉 5개월 차에도 꺾이지 않는 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생일 이벤트 기획자가 고려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귀띔해 주세요.
현재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1천 석 규모 팬 행사를 기획 중인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 기획자 , 협력자 , 스태프 , 관객 든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해 소외되는 팬덤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벤트 기획 방향을 잡고 지속적으로 반응을 살피며 유연하게 접근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모두를 만족시키는 어렵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장 핵심에 두는 것이 주요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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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잠깐!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팬덤의 생일 축하 문화를 간략하게 톺아보겠습니다.
🖼️ 기본 of 기본, 축전
2000년대 초 다음 카페(장미가족의 포토샵 교실 등)를 필두로 ‘축전’ 제작이 유행하기 시작해 이제는 가장 기본적인 생일 축하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화려한 이미지와 감성이 묻어나는 문구를 조합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사 역시 소속 아티스트의 생일을 기념하는 축전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 팬덤의 규모를 보여줄 수 있는, 전광판 광고
팬덤이 큰 아이돌 가수의 경우 생일을 기념해 지하철 광고판을 비롯한 옥외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광고 집행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팬덤의 규모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하는데요. 팬들의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아티스트가 인증샷을 촬영하는 역조공의 사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만이도 생일 축하 지하철 광고(@신촌역)가 있었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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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 지하철 광고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정대만 팬아트도 화제였어요! (출처: 트위터 @14ho_s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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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까지 퍼진 문화, 생카(생일 카페) 대관 행사
팬에 의한, 아티스트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 대관 행사는 생일 파티의 궁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수, 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핫한 지역의 카페를 대관해 아티스트 혹은 캐릭터 전용 음료를 개발하고, 컵 홀더를 제작하는 등 오로지 캐릭터(혹은 아티스트)를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지난 정대만 생일 카페들은 실제 캐릭터가 존재할 것만 같은 현실적인 공간 연출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중 한 생일 카페는 독보적인 디테일로 ‘정대만 생가’라 불렸다고 합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생일 카페를 ‘센이루 카페’라고 부른다고 해요. 생카에서 자주 활용되는 ‘레터링 케이크’ 역시 ‘센이루 케키’라고 불리며 K-팬 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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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비경쟁, 미드나잇,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라시네프(학생 단편) 등 각기 다른 섹션에 초청되며 다양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칸 필름마켓에서는 <귀공자>, <밀수> 등이 해외 바이어들로 하여금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키며 K-Flim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1919년, 김도산 감독이 연출하고 우리 배우들이 출연한 <의리적 구토>을 기점으로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국영화가 영화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다니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세계 최초의 영화는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선보인 러닝타임 50초의 <열차의 도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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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적 구토>의 상연을 알리는 1919년 10월 28일자 매일신보 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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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가 막 보급되던 시기가 일제강점기였던 탓에 업계에서 쓰는 용어는 일본식 표현이 대부분이었고, 아직도 관례적으로 쓰이는 그때 그 시절의 언어가 일부 남아 있습니다. 👀
💁♂️이번호에서는 현업에서 쓰이고 있는 일본식 표현과 대체할 수 있는 용례를 소개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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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봉 → ✅ 첫 선, 데뷔작
처음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연출을 맡아서 만든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걸 흔히 ‘입봉’, 그 첫 작품을 ‘입봉작’ 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연극계에서는 배우들이 첫 무대에 오르기 전 ‘입봉떡’을 돌리는 문화도 있다고) 해당 단어로 기사 검색 시 아직도 쓰이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입봉은 '잇폰(一本)'이라는 일본어에서 유래했으며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지 않고 한 다리로 서다’, ‘홀로 서다’, ‘독립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에서는 홀로 독립한 게이샤를 뜻하기도 했다고)
가능한 “첫 연출작”, “영화감독으로 처음 선보이는”, “감독 데뷔작” 등으로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똔똔 → ✅ 본전, 손익분기점
상업 영화가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했는지 여부를 놓고 흔히 “똔똔 맞췄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똔똔(とんとん)은 본전치기를 뜻하는 일본어로, A를 내주고 B를 받아낸다는 식의 등가교환 개념으로도 쓰이곤 하는데요.
본전, 손익분기점, BEP(break-even point)로 사용하면 더 좋겠네요.
🔻덴당 → ✅ 벽보 광고, 옥외 광고물
신문에서 한 지면의 전면(全面)을 할애하여 기사나 광고에 쓰는 걸 전단(全段)이라고 합니다. 신문 지면은 ‘단’이라는 개념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전면이 아닌 전단이라고 하며, 일본식 발음 '젠당'이 '덴당'으로 굳혀진 것으로 보입니다. (선전물을 뜻하는 전단지(傳單紙)와는 한자 자체가 다름)
과거 영화 포스터를 신문 전단 크기로 출력해 외부의 게시판이나 각종 벽에 붙였던 관습을 따랐던 것인데 '벽보광고', '옥외 광고물' 등 정확하게 지칭하는 게 어떨까요?
🔻기까끼 → ✅ 호흡, 합
흔히 영상과 오디오의 호흡이 조화를 이룰 때, 흘러나오는 BGM과 화면 속 배우의 움직임이 딱 떨어질 때 “기까끼가 훌륭하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반면 배우의 입모양과 화면 자막의 타이밍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엔 “기까끼가 맞지 않는다”고도 하죠. 유래는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에서 배우의 등장 신호가 되는 동작이나 대사를 일컫는 킷카케(切っ掛け)로 추정됩니다.
때에 따라 호흡, 합, 타이밍, 싱크로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겠습니다.
🔻누끼 → ✅ 따로 찍기
일상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누끼(ぬき)는 뺌, 제외함을 뜻하는 일본어로, 사진에서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하는 ‘배경 날리기’란 의미로 사용되곤 합니다. 영상 촬영 현장에서는 특정 연기 또는 서사를 강조하기 위해 추후 붙여 넣을 컷이나 장면을 따로 찍어두는 것, 한 씬에서 동일한 앵글의 컷들을 모아서 촬영해 두는 걸 지칭하기도 합니다.
맥락에 따라 배경 날리기, 따로 찍기 등으로 구분 사용이 가능합니다.
영화산업 뿐만 아니라 취재 현장, 건설 현장 등 주로 현장에서 구전된 일본식 표현들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그 동안 쭉 사용해온 만큼 편할 수 있고,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느끼게 해줄 수도 있겠지만 대체 가능한 표현들을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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