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주>의 홍보 차 핑계고에 출연한 구교환 배우는 “(영화를) 예매하시면 그 시간대에 맞춰서 약속하듯이 만나는 거잖아요? 제가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라며 관객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드러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영화 개봉을 준비하는 관계자 대부분은 구교환 배우와 같이 관객과 마주하는 순간 ‘마침내 개봉을 하는구나!’라고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요. 배우와 관객이 한날한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과 같은 무대인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는 것인가’에 대한 마케팅, 배급, 해외 사업 담당자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이성민 배우의 凸 볼콕 탄생 비화

올여름 가장 먼저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한 영화 <핸섬가이즈> 무대인사에는 배우들이 객석으로 이동해 관객과 셀카를 찍는 코너를 준비했는데요. 아뿔싸! 팬의 볼콕 요청을 받은 이성민 배우가 사인 엽서를 쥐고 있어 검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무의식중에 중지를 볼에 가져다 대는 귀여운 실수를 한 영상이 X에 올라갔고, 조회수 90만 뷰를 넘기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무대인사는 배우와 관객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목적으로 진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성민 배우의 ‘凸 볼콕’처럼 계산되지 않은 유쾌한 티키타카가 온라인을 통해 바이럴 되고, 입소문을 내는 밈으로 주목받기도 합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콘텐츠’가 탄생하는 순간은 관객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한데요. 이를 위해 마케팅팀은 관객의 몰입을 돕는 다양한 컨셉의 무대인사를 기획합니다.

인형으로 전하는 진심

작품-극장 간 밀당과 협업

배급팀은 스케줄 정리, 이동 동선 체크, 극장과의 상영관 규모 및 회차 협의 등 무대인사를 진행하기 위한 제반 사항 전반을 담당합니다. 무엇보다도 예매 오픈 단계부터 극장과 '밀당'을 시작하는데요. '어느 정도의 규모로 무대인사를 진행할 것인가'를 정리하는 가장 어려운 과정의 논의가 이뤄집니다. 극장과 배급사 모두 최고의 효율을 목표하지만, 양사가 염두에 두는 규모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핸섬가이즈>가 개봉 5주 차까지 무대인사를 할 수 있었던 건 관객의 뜨거운 성원, 그리고 이를 체감하고 홍보 요정을 자처한 배우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관을 편성하는 극장과 배급사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렇듯 무대인사는 흥행에 불을 지피고, 장기 상영의 토대를 마련하는 극장 상영의 시작과 끝을 책임집니다.

수요 공급 예측의 바로미터

무대인사는 일반적인 상영 회차보다 높은 좌석 판매율을 달성하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영화 관람은 물론 출연 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부가적인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조금 더 큰 규모의 상영관이나, 더 많은 회차로 무대인사를 진행하는 것은 흥행에 한 발짝 다가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무대인사 매진 속도와 현장 분위기 등 호응 정도는 티켓 판매의 수요 예측뿐만 아니라 차주 배당 좌석 수를 판단하는 지표가 됩니다. 

배급사 입장에서 개봉 전 무대인사는 전체 예매 순위를 높이고, 예비 관객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극장 배급 관계자는 실관람객의 뜨거운 반응을 토대로 극장과 4, 5주차 무대인사 아이디어는 물론 이벤트를 협의해 진행합니다.  

NEW 유통전략팀 김민선 대리는 "무대인사란 관객과 배우가 소통하고, 흥행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현실적인 난관이 많아 쉽지만은 않은 기획입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 배급사, 극장, 배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철저한 시장 분석과 데이터에 기반한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라고 전해 성공적인 무대인사를 진행하기 위한 노력을 밝혔습니다.

어서와 K-무대인사는 처음이지?

다양한 작품을 수출입하는 콘텐츠판다에 의하면 배우를 중심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동아시아권 관객에겐 무대인사가 친숙한 홍보 방식이라고 합니다. 반면, 서양의 경우, 월드 프리미어라는 큰 틀 안에서 몇몇 국가를 방문해 레드카펫 행사로 팬들을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렇기 때문에 작품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스타들이 여러 관을 돌며 무대인사를 진행한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운데요. 2017년 <옥자>의 극장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무대인사 차 대한극장을 방문하고, 2015년 톰 하디가 개인적인 일정으로 내한했을 당시 출연작 <레전드>의 서프라이즈 무대인사를 진행했던 것이 이례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밀수>의 일본 상륙, 가까운 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여름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밀수>가 지난 12일 일본에서 개봉했습니다. 류승완 감독과 조인성 배우는 현지 팬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을 다녀왔는데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GV 형식의 토크쇼로 내한 행사를 진행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이번 <밀수>의 행사에는 일본 배우 오타니 료헤이가 스폐셜 게스트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밀수>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는 콘텐츠판다는 일본 스타투어를 함께했습니다. 현장을 다녀온 해외세일즈팀 이윤기 대리에 의하면 내한 행사로 진행되는 무대인사의 경우 팬들을 위한 미니 팬미팅처럼 분위기가 좋았다고 해요. “한국영화를 즐겨보는 글로벌 관객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적극적으로 극장을 찾아 흥행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배우의 팬덤이에요.”라며 “<밀수>의 스타투어 역시 조인성 배우의 일본 팬들의 열정적인 참석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내한을 기다린 해외 팬들은 진행 시간도 길고, 작품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GV 형식의 무대인사를 선호합니다”라며 국내외 무대인사의 차이를 비교했습니다.